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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요.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예요..갑자기 테러 먹튀폴리스 라니? 이 나라에, 영웅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들을 잡으러 왔다고요? 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당신..아까도 물었지만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그녀는 침묵했 먹튀폴리스다. 입을 다물서 나를 조용히 응시하다 뒤돌아서 나지막이 말할 뿐이었다.”거기엔 사정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습다. 그래서 가르쳐주러 온 거예요. 유언일지도 모르는 이 마지막 정보를 넘겨주기 위해서요.””유언이라니…설마. 럼 아까,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던 건?”-쿠과아아아앙!저 너머 왕궁을 둘러싼 성벽 안에서 일어난 연이은 폭발과 곳에서 피어오르는 연먹튀폴리스 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백향

의 말은 사실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자들을 찾기 해 사람들이 위험한 싸움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는 사실. 막아야했다. 이대로 가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또 한 번 쿵쾅대는 고동에 응하듯 곳곳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음성방송.{“외부의 공격이 들왔습니다. 전 국민들에게 알립니다. 비상 사태, 비상사태,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각 장소에 파견된 병사들의 안에 따라 안전히, 그리고 신속하게 대피하여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장소에 파견된 병사들의 안내에 따라 안전히…”}-쿠과아아앙, 콰

아아앙!계속해서 울리는 음성과 사이렌 소리. 그고 허공을 울리는 먼 곳에서의 굉음들.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마법사들의 안내에 따라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고 다.”이건….””굳이 사실이란 걸 증명할 필요는 없었군요. 이미 일이 이렇게까지 벌어지고 있었다니..””어떻게 해되죠?” 아직 조금 떨리고 있지만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리쿠가 물었다. “저 사람들을 막을 방법 말이예요!””적들 해요.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게다가 당신은 환자예요. 여기는 일단 왕국군에게 맡기고 당신들은 어 나라를 빠져나가도록 해요.””어떻게 그래요! 나를 찾으러 왔다며! 나를 잡으러 아무 죄도 없는 나라와 사람들의 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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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 녀석들을 외면하고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굴란 거야!””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세, 크 리쿠! 아직도 모르겠어요? 저 자들은 왕국군들도 당해내기 어려워할 정도의 실력자들이란 말입니다! 아무것도 지 못할 거면 얌전히 순응하고 받아들일 줄도 알…”그때였다. 갑자기 일어난 섬광이 시야를 가렸다. 상황을 파악고 사람들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병원 건물 건너편 건물의 고층 부분이 소멸되듯 광과 한꺼번에 파괴되 조각난 채로 사람들 머리 위로 마구잡이로 쏟아져내렸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곳곳에서, 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귀를 울린다.-파아앗- 쿠과과과과아아아앙!”꺄아아아아악!””사

…살려줘…도와줘..!”리쿠 향은 다행히 그 공격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백향이 위급한 상황에서 드러낸 붉은 장막이 아니었더라면 폭발의 파를 타고 날아온 건물 잔해들에 꼼짝없이 깔려죽었을 상황이었다.”헉….헉…..헉…””괜찮나요?” 침착하지만 긴장 정으로 백향이 물었다. 리쿠는 주저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고작이었다.조금은 진정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간 곧바로 나머지 건물마저 깨부수고 모습을 드러내는 거인의 등장에 또다시 얼어붙고 말았다. 괴성을 지르며 나 해 똑

바로 커다란 주먹을 내지르는 거인의 공격에 부딪혀 짓뭉개지는 백향. 충격으로 일어난 바위 파편과 흙바람 반한 여파가 사람들과 리쿠를 힘껏 밀어낸다.-쿠과아아아아앙!”으읏…으, 백향 씨!””어머나, 다행이네. 혹시나 했데 정말 여기였잖아? 종이에 인화된 사진하고 인상착의가 똑같아.”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검 발에 고양이상을 한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엄지손톱을 깨문 채 리쿠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어보인다.”널 속 찾고 있었단다, 아가야. 이거 흥분되는데, 부상자들이 이동 마법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은 주위의 치료시설을 일일히 뒤진 것이 답이었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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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 널 직접 보고 싶다던 데르에겐 안된 일이지만…””….!”나머지 오른팔을 어 내게 다시 주먹을 내지르는 거인의 공격과 함께 그녀가 소리쳤다.”여기서 내 손에 죽어줘야겠어!”-쿠오오오오엄청난 기세로 돌진해온 주먹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역시 힘 차이가 너무 컸다. 발로 디딘 흙들이 뒤로 밀려다. 어떻게든 버텨볼 셈이었지만 얼마 안 가 튕겨져나가 병원 벽돌담에 부딪혀 박살내버리는 리쿠의 몸.”크앗!-과과아앙!”뭐야. 보기보다 지성이 낮은 건가? 이쪽도 그렇게 높은

레벨의 소환수를 꺼낸 건 아니지만, 골렘의 공을 맨몸으로 받아낼 생각을 하다니, 너네 둘 다 아주 멍청하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여우야?”백향을 공격했 렘의 왼주먹이 들렸다. 떨어지는 자갈들과 함께 드러난 그녀는 많이 다친 것 같진 않았지만 상당한 데미지를 입 양이었다.”역시 이 정도로는 안 죽는구나. 하지

만 요의(妖衣)가 어느 정도 벗겨졌으니, 이거 한 방이면 너도 끝장다.””읏…으…””그 반반한 얼굴을 아주 조각을 내주지. 깨부숴라, 골렘. 다시는 고갤 들지도 못하게 박살내버려!””, 상에..저게 뭐야…!” 쏟아지는 파편 사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경악했다.”뭐?””허…허억…이쪽을 봤어! 모두 조해!””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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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먹튀폴리스 여겼기 때문이었다. 자살보다는 살이 차라리 나았다.천이나의 일방적

인 통보로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났다.매일 시렌의 메이저사이트 먹튀검증 먹튀폴리스

환영이 눈앞에 아거렸다. 죽지 말라면서 나의 손을 잡았다. 환메이저사이트 먹튀검증

먹튀폴리스 영은 다른 사람의 몸을 통과하면 연기처럼 일렁이다가도 의 눈앞에서는 한

치의 흐트럼 없는 생전의 모습을 유지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녀는 죽기 직전 습

을 하고 있었다. 가슴에 칼이 박혀있고 입과 눈에서 새빨간 피가 흐르고 있다. 이 이상

그녀의 모습을 관했다가는 정신이 온전치 않을 것만 같은 서글픈 모습이었기에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미해. 미안해.메이저사이트 먹튀검증 먹튀폴리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시렌을 살해 한 범인이 성 앞에 무릎 고

있다는 정신이 출타하실 것만 같은 소식을 들었다.당연스레 패잔병의 소행임을 단정한

내가 그들의 리를 매일을 잣대 없이 득달하고 있을 때였기에 놀라움과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놈이 어떤 낯짝까 보다는 어떻게 죽일까에 대한 생각을 가진 채 범인의

얼굴을 대면했을 때 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어지는 기시감을 받았다.범인은 시렌이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마을의 농부로 일하던 여성이었다. 시렌 음에 반색하며 그녀의

옷가지를 나누어 입었던 소녀. 성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을 때에도 그녀는 시렌 었던

옷을 보란 듯이 입고 있었다.“넌······!”순간 들이 닥친 배심감보다도 의문이 앞섰다. 무

언가 납득할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스러운 태도였다. 내게 남은

마지막 호의를, 다만 그 소녀 아들이지 않았다.“어째서 시렌을 살해했지?” 세상 불만스

럽다는 표정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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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직관하는 소녀에게 이 고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반성하는 기색 따위는 없었

다.“당신 때문입니다. 빌어먹을 폐하.” 분명 범일 그녀는 오히려 내게 핏대를 세워가며

말했다. 분노에 이성이 먹혀버린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 해할 수 없었지만 분노라

는 감정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저만큼의 분노를 느낀 적이 있다. 하지

만 뒤따르는 그녀의 문장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에 혐오감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

다.“당신의 오으로 따뜻한 보금자리 없이 길 위에 나 앉은 이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고작 인부들의 목숨과 안전에 연하며 저희 같은 힘없고 나약한 국민들을 버리시려는

겁니까? 고작! 전장에서 사람이나 죽이다 온 저 인마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말입니

까!”그녀의 언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분사되는 타액이 이곳저곳으로 었다. 만약 나의 정

신이 온전했다면 적당히 흙으로 덮었겠지만 그때는 달랐다. 입술에서 흐른 피가 침 섞

였다. 나는 그 위로 창을 내리 꽂았다.“너의 수준과 합치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하찮은

문장 속에 논적인 비약과 오류가 세 가지 있다, 정확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부들

의 반을 이루는 것은 전장에서 숨을 걸고 싸우며 너 따위를 지킨 전사가 아닌 국민의 일

부이다. 둘째 설령 인부들이 모조리 전장의 전였다 한들 그들도 너와 같은, 아니, 너 따

위의 100여명이 이뤄내는 가치보다 더욱 값지고 소중한 국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

다. 셋째 나는 나의 딸 시렌의 살해 동기를 물었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푸념 위를 보따

리 째 풀어내라는 하문 따위는 하지 않았다. 자, 다시 한 번 지껄여보아라. 왜. 그녀를 죽

였는?나는 되도록 살기를 숨기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런 이유는 하나였다. 자

칫 잘못하면 그녀를 여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아니, 죽일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나

의 안면에 살기가 만개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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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색에 공포가 그늘졌다. 순식간에 확장된 동공 속에서, 필요 이상의 떨림으로 신경

을 산만하게 만드는 결에서 그녀가 공포를 느끼고 있음을 느꼈다. 나를 노려보던 눈빛

은 어느새 빛을 잃어가고 있었고, 충하게 사람의 심기를 돋우는 데에 쓰이던 입술은 열

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방황하고 있었다.침이 꿀꺽 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시렌, 그

계집을 시기했습·······사·······살!”푹창이 그녀의 가슴을 뚫었다. 패인 결 아래로 보이던

심장의 고동이 멈춰 설 때까지. 몇 번이고 찔렀다.푹 푹 푹 푹 푹 푹“···········.”비명소리

음소리로. 또 신음소리가 침묵으로 이어졌다. 어느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녀의 심

장은 12조각이 되 슴에 늘어 붙어있었다. 그중 한 조각을 손에 쥐고 멍하니 창끝으로 시

선을 떨구었다.아마 절규하고 있다. 그녀가 아닌 내가. 그녀의 말대로 시렌이 죽은 것은

나의 탓일지 몰랐다. 내가 시렌을 딸로서 데려 웠다. 시렌은 나의 국민이 아닌 패잔병의

자식이었다. 그런 시렌에게 국민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정도의 별적인 대우를 보여주었

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순전히 운이 없어서 거머쥐지 못했을 권력의 위상이 렁의 한

부분이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상황에서 더욱 그 차이를 명확하게 보이는 권력의 권

능이 가지 순. 만일 시렌이 나의 딸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

한 혹자의 죽음이었을 것이. 실제로 내가 죽인 소녀는 장례식조차 치러지지 않았다.인

간이 그런 죽음에 비애를 느낄 이유에는 다하고 체계적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

물이라는 것만이 간결한 직유(職由)로 자리 잡는다. 단지, 죽이 한 사람의 존재를 망각

하게 만드는 길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가죽밖에는 남지 않은 소한의 연

민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여느 때와 같은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 어쩌다 한 번

씩 이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람의 생을 입에 담을 것이다. 시렌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일상 속에 통을 안겨주며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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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사이트 메이저놀이터 작가’라는 두 글자가 당연하다는 이 따라왔다. 토토사이트

메이저놀이터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던 도중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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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심장이 울렁였다. 예술고등학교의 문예창작과. 글을 주로 공부하고 글을 쓰는 아이

들만 모여 있는 곳토토사이트 메이저놀이터 . 교에 꼭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지 않

으면 내 인생 자체가 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집 근처 일반고에 진학하기를 바라셨던 부모님은 수입도 고정적이지 않고 성공할

확률도 희박한 길을 가토토사이트 메이저놀이터려는 나보고 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는 이제 글 말고 다른 걸 더 잘할 자신이 없었고, 서로 간의 이해 같은 건 조금도 이루어

지지 못한 채 많은 싸움으로 이어졌다. 결국 아빠의 손에 내가 제일 아끼던 노트가 찢어

졌던 날 들었던 소리는 오히려 나를 각성하게 만들다.“대회 1등 상을 싹 다 휩쓸어오는

애였으면 몰라, 너 같은 년은 그딴 글나부랭이 하나도 제대로 못 쓸 거라니까.”반항심

이 에 치달은 나는 악에 받혀 소리를 질렀다.“그걸 아빠가 어떻게 아냐고요. 내가 1등이

라도 하면 어떡하게요?”“그럼 예고 보내게. 어디 마음껏 해 봐라, 참가비만 아깝지.”아

빠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비웃으면서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고, 곧이어 실에서

아빠가 엄마한테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손을 떨면서 찢어진 조각들을 이

어붙였다. ‘L예고 내신 커트라인 180’ 위에 반투명 테이프 여러 장이 덮였다. 내 성적은

그보다 아래를 맴돌고 있었지만, L예고에서 주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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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백일장 1위를 다면 지원할 경우 가산점이 붙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여러 방향으

로 내게 구원 같은 기회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1위 야만 했다.내가 제일 잘하는 것

은 글쓰기였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한테까지도 칭찬을

많이 들서 나 정도면 붙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막연한 믿음이 깨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L예고 대 백일장 수상작들을 몇 번이고 필사

하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재능이 없는지를 깨달았다. 이대로 백일장을 맞이했다가는 1

은커녕 그 이하의 어떤 상도 타지 못할 거였다. 나는 기말고사도 버려놓은 채 글 쓰는

데에만 집중했고 매일 새벽마다 원고지 어가며 밤을 새웠다. 하지만 내가 만족할 수 있

는 작품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점점 불안해졌다. 내가 유일하게 잘한다고 생했던 것

마저 다른 사람보다 모자란다는 사실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희망이 사라져갔다.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은 어느 는 이런 묘사를 할 수 없는 거야? 라는 책망으로 변해갔

고 결국 완전히 날 꺾어놓았다.백일장 일주일 전, 나는 길을 걸으면서 드폰 메모장에 글

을 썼고 만족하지 못한 채 다 지워버리곤 했다. 앞은 전혀 보지 않은 채 익숙한 거리를

걷다가 그 자판기에 딪힌 게 그 날이었다. 하얀색 자판기에 사각형 모양으로 테두리를

빨갛게 칠해서 멀리서 보면 원고지 한 칸처럼 보였을 게 분했다. 나는 자판기 옆면에 부

딪힌 내 코를 어루만지면서 원망스러운 눈길로 자판기를 째려보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 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판기 안에는 흔히 파는 캔 음료수나 커피가 아닌

원고지 한 장씩이 들어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 고지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V예대 백

일장 차상감’. 그걸 본 나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L예고를 준비하면서 여러 번 봤던

교 이름이었다. 요즘 자판기는 글도 판매하는 건가? 이래도 되는 거 맞나, 생각하는데

맨 뒷글자가 눈에 걸렸다. 그냥 차상이 니라 차상‘감’이었다. 그럼 확실한 수상작도 아

니라는 거잖아. 시야를 돌려 주변 상품들도 확인해봤다. 다른 것들도 모두 백일이나 실

기, 입학 시험에 대한 글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L예고 백일장 1등상감 글

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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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본 순간 나는 린 듯이 원고지 밑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든 생각은 나는 돈

이 없는데 어떡하지, 라는 거였다. 그런데 시선을 밑으로 려 보니 이 자판기에는 지폐

투입구가 없었다. 대신 검은 화면 하나가 있었고, 내가 버튼을 눌러서인지 문구가 하나

떴다.‘L 술고등학교 백일장 1등상감 글을 고르셨습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모두 당신

에게 있고, 어떤 대가가 따라와도 ㈜ 카르마 측서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 글

을 뽑으시겠습니까?’이유는 몰랐지만, ‘카르마’라는 단어를 본 그 순간 심장이 덜컹 내

앉았다. 나는 그 뜻은커녕 그게 영어인지 스페인어인지도 모르는데.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 지. 아무리 글이 안 써진다고 해도 이런 건 도둑

질이나 다름없잖아. 내가 드디어 미친 게 틀림없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망치듯

달렸다. 십 년을 살아온 동네인데 그날따라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 한참을 헤

맸다.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이었다. 나는 멍하니 들고만 있던 볼펜을 내던지고 지금

까지 썼던 원고지들을 죄다 구겨버렸다. 또다시 절망이 찾아왔고, 이 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소리 죽여 울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문득 아까 집에 돌아오면서 봤던 자판기

가 생각났다. 사람 음이라는 게 참 간사했다. 나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해야 한다고 자

신을 속였고 이러면 큰일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일 을 거라고 되뇌었다. 나는 삼

선 슬리퍼에 발을 대충 집어넣으며 뛰쳐나갔다. 골목을 뱅뱅 돌면서 자판기가 없기를

바랬지만, 편으로는 제발 있기를 바랬다. 그리고 마침내 차가운 공기 속에서 살아 숨 쉬

고 있는 원고지 한 칸이 눈에 들어왔다.혹시 떨트릴까 누가 뺏어가버릴까 걱정하며 품

에 안고 돌아온 원고지는 총 일곱 장이었다. 나는 그 크고 삐뚤빼뚤한 글씨를 읽으며 신

감탄했다. 그는 내가 갖지 못한 감각적인 문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이었다. 소재

도 참신했고 주제를 끝까지 끌고 가 야기를 보며 나는 이건 정말 1등상감이라고 생각했

다. 그 글을 몇 번이나 읽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 나는 이